엄마의 신전
1 엄마는 늘 기도를 했다. 이유 없이 더딘 자식을 위해, 숨 돌릴 틈 없이 수술과 치료를 반복하는 아픈 손가락 때문에. 어디로 이사를 가든 엄마는 자신만의 신전을 차렸다. 때로는 어항 위에, 때로는 서랍장 위에, 그것도 어려울 땐 손바닥만한 밥상에 엄마의 간절한 소망을 풀어 놓았다. 넓지도 않은 집에, 일상의 자질구레한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자리에도 엄마의 신전은 늘 차려졌다. 손에선 염주가, 입에선 불경이 떨어지는 날이 없었다. 아빠가 수소문 해 집으로 불러들인 사람들은 동생 방을 비워 신당을 차렸다. 무서운 인상을 하고 알록달록한 차림을 한 신령상(像)들이 가득했던 그 방을 지날 때면 목 뒤가 서늘해지는 것만 같았다. 2 어린 시절 여행의 기억은 대부분 절에서 시작해 절로 끝난다. 산이 많고, ..
Statement
2020. 12. 16. 1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