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컬처 110회] '가장 보통의 존재' 문지영 개인전
2014.8.22
여성… 장애인… 환자…. 우리사회에서 남성보다… 비장애인보다… 건강한 사람보다… 소외된 이들이다. 문지영 작가는 이들을 '가장 보통의 존재'라고 부른다. "결코 보편적일 수 없는 상황에 놓여진 존재들에 대한 역설적인 표현"이라는 게 작가의 설명. 이들을 '보통'이라 여기지 못하는 우리 사회가 '역설'일지도 모른다. 그의 작업은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와 장애를 가진 여동생이 주인공이다. 욕조 속에 몸을 담근 두 여인. 빨래더미 뒤에서 웅크린 채 누워있는 어머니. 여성스러운 코트와 안 어울리게 운동화를 신은 여동생.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가족의 한 장면을 화폭에 담았다지만, 동시에 여성이자 장애인이며 환자이기에 사회적인 메시지를 잔뜩 뿜어낸다. 있는 그대로를 드러낸 비만한 신체와 아픈 몸. 당당하게 관객을
응시하는 시선. "우리가 이상해 보이니?" "우리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네 시선이 이상한 건 아니고?"라고 되묻는 듯히다. 작가의 설명을 듣다가 비로소 여성의 한 쪽 가슴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관람객 대부분이 그러하단다. 으레 있어야 할 것들은 있어야 할 자리에 있겠거니 여기는 것. 그만큼 우리 시선이 '정상적인 몸'에 길들여져 있다는 방증이다. 문 작가는 "그동안 개인적인 고민, 나 자신만을 위한 폭이 좁은 작업을 해왔다"며 "주제와 대상을 확장해 사람들과 좀더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그림을 마주하며 머리에서 가슴으로 전해지는 묵직한 울림은, 이미 그 '소통'이 시작됐음을 말해준다.
이대진 기자 djrhee@ 영상제작=이남훈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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