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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영감] 사회로 확장되는 가족 이야기 ... 불편을 질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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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youngmoon 2023. 11. 20.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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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영감] 사회로 확장되는 가족 이야기… 불편을 질문하다

세상이 가진 크고 작은 불편에 질문을 던지는 예술가들이 있다. 문지영 작가도 그런 예술가 중 한 명이다. 문 작가는 작업에 대한 영감을 어디에서 받느냐는 질문에 “불편함에서 온다”고 답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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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가진 크고 작은 불편에 질문을 던지는 예술가들이 있다. 문지영 작가도 그런 예술가 중 한 명이다.

문 작가는 작업에 대한 영감을 어디에서 받느냐는 질문에 “불편함에서 온다”고 답했다. “이게 맞는 것인지, 옳은 것인지, 괜찮은 것인지 자꾸 물어보게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전시장의 계단이 가파르면, 그걸 보면서 ‘우리 가족은 못 보러 오겠구나’ 생각하죠. 생활의 사소한 불편함도 동생의 시선에서 보게 되는 거죠.” 문 작가에게는 장애를 가진 동생이 있다.

문 작가의 미술 공부는 20대 후반에 시작됐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다시 부산대 미술학과에 들어갔어요. 싱글맘·장애 여성 활동 보조를 하면서 창작 활동을 통해 사람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봤거든요.” 본격적으로 미술 공부를 시작하고 2년 쯤 됐을 때 날벼락 같은 일이 생겼다. “동생을 돌보던 엄마가 암 판정을 받으셨어요.”

장애인 동생과 아픈 엄마. 문 작가는 돌봄과 학업을 병행하며 그림을 그렸다. “수업을 위해 뭐라도 그려야 하니 눈앞에 있는, 가장 마음이 가는 두 사람을 그렸어요. 거기서 ‘아프고 나이든 여성과 장애를 가진 젊은 여성’이 보이더군요."

문 작가는 처음 인물을 그릴 때 표정을 만들지 않으려 했다고 밝혔다. “얼굴이 표정을 가지면 어떤 이야기가 생겨요. 그게 존재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강화하는 느낌이 들어서 그림 속 인물을 객관화하려는 시도를 많이 했죠.”

2014년 ‘가장 보통의 존재’라는 제목으로 문 작가 첫 개인전이 열렸다. 보통의 기준을 묻고, 보통이라는 단어가 가진 폭력성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엄마가 동생의 장애를 인정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어릴 때 엄마가 길도 안 난 암자를 찾아가서 밤새 기도를 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죠. 이성적이었던 엄마가 그렇게 맹렬하게 기도를 하고 종교에 빠져드는 모습이 이해가 안됐어요.”

문 작가는 ‘되지 않는 것을 되게 만들려는 마음’이 담긴 기도에 대한 생각을 ‘엄마의 신전’ 시리즈에 풀어냈다. “어떤 의미에서는 ‘무서운 기도’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시리즈 1~3번은 색이 강렬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느껴지죠.” 간절함으로 시작된 기도가 나중에는 기도라는 행위로만 남게 되는 것은 아닐까. 왜 ‘기도 하라’는 이야기를 여성이 더 많이 듣게 되는 것일까. 문 작가는 여러 고민을 옥춘당으로 젠가 게임을 하는 영상 작업 ‘달콤한 절망’ 등으로 표현했다.

“엄마의 마음은 너무 크고 간절하지만, 해결할 능력이 없으니 자기 몸 하나를 기도로 불사르는 방법 밖에 없었던 거구나. 약한 자들이 기도에 매달리는 이유도 비슷하겠구나. 소극적이라고 생각했던 기도가 어쩌면 자신의 모든 자원을 다 쏟아붓는 행위였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일까. ‘엄마의 신전’ 시리즈 후반부 작업의 색이 밝아졌다. 이 작품들은 부산시립미술관의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0’에서 소개됐고, 이 중 일부는 현재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보통 사람들의 찬란한 역사’에 전시 중이다.

문 작가의 작업은 얼핏 개인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장애’ ‘여성’ ‘가족’ ‘돌봄’ 등 여러 사회적 키워드로 확장된다. 2022년 부산비엔날레 전시작 중 ‘긴 밤을 보낸 언니에게’라는 작품이 있다. 거친 바다 위에 구명조끼를 입고 서 있는 문 작가와 동생을 표현한 그림이다. “그림 속에서 웃는 동생이 ‘언니야 괜찮다’고 말해주는 느낌이 들었어요. 동생 덕분에 알게 되고 경험으로 익힌 것들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장애인 예술 관련 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고, 요즘에는 장애인의 비장애 형제자매에 대한 이야기에도 관심을 갖고 있어요.”

문 작가는 작업을 할 때 명확히 정의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의 선을 왔다 갔다 한다고 밝혔다. “회화는 어떤 과정을 거친 뒤 남겨진 허물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언가를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보내는 시간과 과정이 아주 중요해요. 나중에 완성된 그림을 보면 ‘이런 감정이 있었네’ 생각하게 되거든요. 캔버스에 물질로서 물감이 쌓이는 것처럼 나의 생각도 쌓여 나가는 것 같아요.”

 

오금아 기자(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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