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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복 행위’로 본 여성·약자의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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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youngmoon 2020. 8. 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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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0 부산일보 

 

‘기복 행위’로 본 여성·약자의 저항

‘무릎으로 쌓는 사탕’ 전에서 선보이고 있는 문지영 작가의 ‘반야용선’. ‘3F in 스페이스닻’ 제공 사회 시스템의 오작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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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시스템의 오작동으로 발생한 문제를 개인 탓으로 전가하고, 그 책임마저 떠넘기는 현실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그처럼 완강한 체제에 저항하기조차 어려운 이의 제의나 기복적 행위에 대해서 미신이나 비과학적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날리는 것 역시 강자의 논리에 불과하다.

 

‘3F in 스페이스닻’ 24일까지

문지영 ‘무릎으로 쌓는 사탕’전

회화·설치·영상작품 12점 전시

 

‘3F in 스페이스닻’(부산 중구 동광동)에서 오는 24일까지 열리는 ‘무릎으로 쌓는 사탕’은 이처럼 시스템의 결정 구조 밖에 놓이기 쉬운 여성, 소수자, 약자들의 종교, 미신, 기도, 세리모니를 주목해온 문지영 작가의 개인전이다. 문 작가는 이러한 주변인들의 행위가 거대한 기성 권력에 마냥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처지에서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저항이자 위안으로 인식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회화, 설치, 영상 작품 12점은 여성을 중심에 두고 그러한 주제를 전개한다. 문 작가는 어린 시절 목격했던 가족 내 기복(祈福)적 행위에 대한 기억과 상황을 어머니의 시각으로 불러낸다. 작가 또한 여성이기에 어머니의 시선은 자신의 눈길이나 마찬가지이다.

‘엄마의 신전’이란 타이틀로 3부작(Ⅰ·Ⅱ·Ⅲ)으로 구성된 작품은 여러 번 이사를 다니면서도 집 안에 언제나 차려지던 신전이나, 아픈 동생을 위해 가족들이 함께 찾아다니던 절간이나 성당의 모습을 담고 있다. 당시 어머니의 입에서 늘 나오던 “내가 할 일은 이것밖에 없다”는 말은 그 행위가 근거 없는 미신이 아니라 약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강한 행동으로 작가의 마음에 깊이 각인되는 계기였다.

 

©문지영 ceremony Ⅱ _181.8×227.3㎝_   oil on canvas _2019 

‘ceremony Ⅱ’는 작가가 어릴 적 보았던 유치원 아이들의 생일 파티 장면이다. 마치 제사상처럼 정성 들여 쌓아놓은 과일, 과자와 색동옷을 입은 아이들이 묘하게 느껴진다. 탄생보다 생존을 축하하는 자리처럼 다가오는 것이다. ‘사탕이 녹는 동안’은 종교적 상징물이 흘러내리고 엉기는 장면을 통해, 여성들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반복적으로 기복 행위에 집중하는 장면을 드러낸다.

설치 작품 ‘100개의 마음’은 소원을 비는 정화수를 담은 그릇과 소반(小盤)을 바닥에 늘어놓은 형태. 전시를 전후해 관객에게서 받은 기증품으로 구성한 것이다. 제사나 환갑잔치에 자주 쓰였던 ‘옥춘 사탕’도 등장한다. 영상 작품 ‘달콤한 절망’은 옥춘 쌓기를 통해 기도나 염원에 대한 작가 자기 생각을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무릎으로 쌓는 사탕=24일까지 ‘3F in 스페이스닻’. 051-469-1978.

이준영 선임기자 g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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