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지영 (b.1983)
모두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에 의문을 갖는 것을 좋아하며, 사소하고 주변적인 것에 관심이 많다. 세상이 중요하다고 믿는 것보다는, 그것들을 위해 나중으로 미뤄둔 것들을 들여다보려 애쓴다. 정치학을 전공했지만 대학시절 내내 학교 밖 다양한 삶의 곁을 기웃거렸다. 알아야 할 것들은 학교보단 현장에 있다고 생각했고, 연약한 조건들 때문에 상처받는 존재들에 늘 마음이 끌렸다. 사람들 사이에서 예술이 서로를 보듬는 순간들을 경험하면서, 어린 시절의 꿈을 좇아 서른 즈음 다시 미대에 입학했다.
장애가 있는 동생 혜경과 살아오며 직면한 차별, 낙인, 돌봄의 문제들을 회화, 영상, 설치 등의 다양한 매체로 표현해왔다. 초기작 <가장 보통의 존재> 연작 (2014~2016) 에서는 사회로부터 배제된 존재들을 향한 폭력적 시선에 대해 작업하며 정상과 비정상의 규정에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 결혼이라는 삶의 중요한 변화 속에서 가족, 특히 어머니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며 시작한 <엄마의 신전> 연작 (2018~2023)에서는 자신의 의지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인 여성들이 삶 속에서 기복행위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까닭을 질문한다. 최근에는 돌봄의 현장에서 느끼는 책임과 부담,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양가적인 감정들을 다룬다. 애정으로 인한 소진, 헌신으로 얻은 피로 속에서 충돌하는 분열적인 감정들을 중년을 향해 나이 들어가는 자매의 일상을 통해 표현한다. <( )와 ( )>(2025)을 비롯하여 네 번의 개인전을 마쳤으며, 부산비엔날레, 부산시립미술관, 서울대 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분관 하정웅 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등에서 열린 기획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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